AI, 배웠지만 쓰지 못한다

AI로 일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유튜브에는 AI 활용법 영상이 끝없이 쏟아지고, 어디서나 'AI, AI'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자기가 AI를 꽤 잘 쓴다고 여깁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창업 멘토로 일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을 자주 봅니다.
"AI야 매일 쓰죠. 그런데 막상 제 일에 제대로 쓰려고 보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이 더 잘 됐느냐"고 물으면 다들 말끝을 흐립니다. 이 막막함은 그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일 AI를 쓰는 대다수가 똑같이 겪는 문제이며, 사실은 나라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돈은 역대 최대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6년 한 해 AI에 쓰기로 한 돈은 약 9.9조 원입니다. 원래 계획은 10.1조였으나 국회를 거치며 일부 깎였어도, 지난해(약 3.3조)의 세 배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AI 관련 사업 수도 1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 738개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사람을 키우는' 인재양성에만 1.4조 원이 들어갑니다. 2026년 1월부터 시행된 「AI 기본법」이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NABO),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예산 현황과 향후 과제」, 2026)

2026년 정부 AI 예산은 인재 양성에만 1.4조 원이 배정됐습니다.
돈도, 강의도, 정책도 이렇게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효과는 어떨까요?
그런데 '효과'는 잡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돈을 쓰고 난 다음입니다. 지금 AI 교육의 성적표에는 보통 두 가지 숫자만 적힙니다. '몇 명이 들었나(이수율)', 그리고 '얼마나 만족했나(만족도)'입니다.
이 둘은 "프로그램이 잘 굴러갔다"는 것은 알려 줍니다. 하지만 그 강의를 들은 사람이 실제로 일터에서, 취업 준비에서, 창업에서 AI를 써서 더 나은 결과를 냈는지는 알려 주지 못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AI 예산사업은 성과를 계속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교육 효과는 "좋았다"는 느낌으로만 오갈 뿐, 서로 비교하고 쌓아 둘 데이터로는 남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압니다. 그러나 '그 돈이 사람들의 실력을 얼마나 키웠는지'는 모릅니다.
확산은 빠른데, 활용은 뒤따르지 못합니다
국내에서 생성형 AI를 써 본 사람의 비율은 2025년 상반기 25.9%에서 하반기 30.7%로 올랐습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었고, 순위도 25위에서 18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우리의 태도는 너무다 달랐습니다. 'AI가 전체 일자리를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본 사람은 15%에 못 미쳤고, '내 일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본 사람도 20%에 못 미쳤습니다. 일본·캐나다와 함께 AI에 가장 회의적인 나라에 속했습니다.
(출처: 국회도서관 국가전략정보포털(Stanford AI Index 2025 기반); 3M SOSI, arXiv:2407.15998)
AI 도구의 보급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 도구로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얼마나 해내는지는 측정되지 않습니다. 보급 속도와 실제 활용 사이의 격차가 그만큼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AI 교육은 이렇게 늘었는데, 왜 청년들은 아직 실무에서 활용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우리에게는 청년이 AI로 얼마나 해낼 수 있는지를 측정할 기준이라도 있는걸까요?
다이어트를 할 때 '바지가 헐렁해진 느낌'만으로는 정확한 감량 결과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시작 몸무게라는 '기준점'과 체중계라는 '도구'가 있어야 비로소 내 노력의 성과가 숫자로 입증됩니다.
측정 기준이 없으면 효과를 알 수 없고, 효과를 모르면 1.4조 원의 투자는 '느낌'으로만 정당화됩니다. 효과를 측정하지 못하는 투자는 규모가 커질수록 더 위험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빈자리를 가장 손쉽게 메우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냥 본인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나?'라는 접근 방식인 '자기 평가' 방식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왜 이 방식이 적절하지 않은지 펴보겠습니다. '나는 잘한다'는 자기 평가가 실제 실력과 왜 자꾸 어긋나는지, 그 오래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