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서울청년센터 강북(청년사례연구소)

AI, 배웠지만 쓰지 못한다

한명수, 장원경
입력
① — 1.4조를 썼는데, 그 돈이 뭘 바꿨는지 아무도 모른다
▲ 성동청년센터에서 진행한 AI 강의

AI로 일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유튜브에는 AI 활용법 영상이 끝없이 쏟아지고, 어디서나 'AI, AI'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자기가 AI를 꽤 잘 쓴다고 여깁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창업 멘토로 일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을 자주 봅니다.

 

"AI야 매일 쓰죠. 그런데 막상 제 일에 제대로 쓰려고 보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이 더 잘 됐느냐"고 물으면 다들 말끝을 흐립니다. 이 막막함은 그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일 AI를 쓰는 대다수가 똑같이 겪는 문제이며, 사실은 나라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돈은 역대 최대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6년 한 해 AI에 쓰기로 한 돈은 약 9.9조 원입니다. 원래 계획은 10.1조였으나 국회를 거치며 일부 깎였어도, 지난해(약 3.3조)의 세 배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AI 관련 사업 수도 1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 738개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사람을 키우는' 인재양성에만 1.4조 원이 들어갑니다. 2026년 1월부터 시행된 「AI 기본법」이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NABO),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예산 현황과 향후 과제」, 2026)

 

출처: NABO 2026

2026년 정부 AI 예산은 인재 양성에만 1.4조 원이 배정됐습니다.

돈도, 강의도, 정책도 이렇게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효과는 어떨까요?

 


 

그런데 '효과'는 잡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돈을 쓰고 난 다음입니다. 지금 AI 교육의 성적표에는 보통 두 가지 숫자만 적힙니다. '몇 명이 들었나(이수율)', 그리고 '얼마나 만족했나(만족도)'입니다.

이 둘은 "프로그램이 잘 굴러갔다"는 것은 알려 줍니다. 하지만 그 강의를 들은 사람이 실제로 일터에서, 취업 준비에서, 창업에서 AI를 써서 더 나은 결과를 냈는지는 알려 주지 못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AI 예산사업은 성과를 계속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교육 효과는 "좋았다"는 느낌으로만 오갈 뿐, 서로 비교하고 쌓아 둘 데이터로는 남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압니다. 그러나 '그 돈이 사람들의 실력을 얼마나 키웠는지'는 모릅니다.

 


 

확산은 빠른데, 활용은 뒤따르지 못합니다

 

국내에서 생성형 AI를 써 본 사람의 비율은 2025년 상반기 25.9%에서 하반기 30.7%로 올랐습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었고, 순위도 25위에서 18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우리의 태도는 너무다 달랐습니다. 'AI가 전체 일자리를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본 사람은 15%에 못 미쳤고, '내 일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본 사람도 20%에 못 미쳤습니다. 일본·캐나다와 함께 AI에 가장 회의적인 나라에 속했습니다.
(출처: 국회도서관 국가전략정보포털(Stanford AI Index 2025 기반); 3M SOSI, arXiv:2407.15998)

 

AI 도구의 보급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 도구로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얼마나 해내는지는 측정되지 않습니다. 보급 속도와 실제 활용 사이의 격차가 그만큼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AI 교육은 이렇게 늘었는데, 왜 청년들은 아직 실무에서 활용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우리에게는 청년이 AI로 얼마나 해낼 수 있는지를 측정할 기준이라도 있는걸까요?

 

다이어트를 할 때 '바지가 헐렁해진 느낌'만으로는 정확한 감량 결과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시작 몸무게라는 '기준점'과 체중계라는 '도구'가 있어야 비로소 내 노력의 성과가 숫자로 입증됩니다.

측정 기준이 없으면 효과를 알 수 없고, 효과를 모르면 1.4조 원의 투자는 '느낌'으로만 정당화됩니다. 효과를 측정하지 못하는 투자는 규모가 커질수록 더 위험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빈자리를 가장 손쉽게 메우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냥 본인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나?'라는 접근 방식인 '자기 평가' 방식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왜 이 방식이 적절하지 않은지 펴보겠습니다. '나는 잘한다'는 자기 평가가 실제 실력과 왜 자꾸 어긋나는지, 그 오래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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