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은 캠퍼스를 나오는 순간 시작된다

대학 창업의 성과는 재학 중에 측정된다. 그러나 바깥의 판단이 시작되는 시점은 그 이후다. 두 시점이 어긋나 있다는 것이 대학 창업 지원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구조적 문제다. 학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팀이 졸업 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의 창업 지원은 촘촘하다.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해 창업지원단 프로그램을 거치고 창업보육센터로 이어진다. 공간이 제공되고 사업비가 지원되며 지도교수와 담당자가 붙는다. 재학 중이라면 실패의 비용도 낮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고, 접어도 잃는 것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실패해도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점이 다른 단계와 크게 다르다.
문제는 이 조건들이 졸업과 함께 한꺼번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공간이 없어지고 인건비 지원이 끝나며, 무엇보다 함께하던 동료들이 각자의 진로로 흩어진다. 창업팀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시점은 창업 직후가 아니라 졸업 직후인 경우가 많다. 사업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조건이 바뀌어서다.
투자 심사에서 대학 창업팀에 반복되는 질문도 이 지점에 있다. 졸업 후 누가 상근하는가. 지분은 정리되어 있는가. 기술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세 질문 모두 재학 중에는 굳이 답할 필요가 없던 것들이고, 그래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미팅의 상당 시간이 사업이 아니라 구조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지분 문제는 특히 자주 걸린다. 시작할 때 네 명이 똑같이 나눠 가진 지분이 졸업 후 한 명만 남았을 때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 구조는 다음 단계에서 반드시 문제가 된다. 남은 사람의 몫이 작아 동기가 유지되기 어렵고, 새 투자자도 들어오기 어렵다. 정리하려면 떠난 사람들과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산학협력단이나 기술지주회사의 지분이 걸려 있는 경우도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구조를 창업가가 설명하지 못하면 바깥 투자자는 확인되지 않은 위험으로 읽는다. 반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학교가 한 번 검증했다는 신호로 작동한다. 먼저 정리해 두면 확인 절차가 짧아지고, 미뤄 두면 실사 단계에서 그대로 걸린다.
학내 수상 실적의 무게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교내 경진대회 수상은 누군가 한 번 검증했다는 신호이지 성과의 증거는 아니다. 자료의 앞자리를 수상 이력이 채우고 있으면, 읽는 사람은 그 뒤에 실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수상은 뒤쪽에 두는 편이 낫다. 실적이 앞에 오고 수상이 뒤에 오는 순서만으로도 자료의 인상이 달라진다.
반대로 대학이라는 배경이 실제 자본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선투자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다음 단계의 요건을 채우는 데 쓰이기도 한다. 팁스처럼 민간 투자를 전제로 하는 제도에서는 이 첫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경로는 재학 중에 준비할수록 유리하다. 기술의 권리 관계를 정리하고, 학교와의 협의를 마치고, 필요한 서류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 시작하면 그 사이의 공백이 그대로 위험이 된다. 공백 기간에 팀이 흩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보면 졸업 한 해 전에는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모든 대학 창업이 이 경로를 택할 필요는 없다. 기술 기반이 아닌 팀에는 맞지 않는 길이고, 독립적으로 가는 편이 나은 경우도 많다. 다만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 문제다. 알고 선택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지역 대학의 경우 사정이 하나 더 있다. 졸업과 동시에 창업지가 옮겨 가는 흐름이다. 학교에서 시작한 팀이 졸업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그 성과는 지역의 창업 통계에 남지 않는다. 지역 대학의 창업 지원이 지역의 기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이 키운 인재가 지역의 기업으로 남지 않는 흐름은 통계로도 잘 잡히지 않는다.
이동의 이유는 대체로 사람과 고객이다.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고객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금이 부족해서 떠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지역 대학의 창업 지원이 지원금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한 이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의 창업 프로그램이 다뤄야 할 것은 재학 중의 성과만이 아니다. 졸업 이후의 1년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상근 전환 계획, 지분 정리, 첫 외부 자금까지를 재학 중에 준비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은 아직 많지 않다. 이 준비는 사업비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재학 중에 다루기 어색한 주제라는 이유로 미뤄지지만, 미루면 다룰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결국 대학 창업의 성패는 재학 중의 성과가 아니라 지원이 끊긴 다음 해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로 판가름난다. 그리고 그때 남는 것은 대개 재학 중에 미리 만들어 둔 것들이다. 캠퍼스 안에서 하는 준비의 목적은 캠퍼스를 나온 뒤에 있다.
이태범 심바벤처스 대표이사·한국청년경제인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