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턱을 넘다…기계연, 세계 첫 '변형 바퀴' 개발
비장애인에겐 아무것도 아닌 10㎝ 턱. 누군가에겐 하루를 포기하게 하는 장벽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이 턱을 스스로 넘는 바퀴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한국기계연구원 첨단로봇연구센터 박동일 센터장 연구진이 개발한 변형 바퀴 '모핑 휠(Morphing Wheel)'이다. 도로 턱 앞에 멈춘 휠체어 바퀴가 점토처럼 변형되며 턱을 감싸 넘어선 뒤, 곧바로 완벽한 원형으로 돌아온다.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노면 탓에 이동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핵심은 강성과 유연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구조다. 겉은 평범한 고무바퀴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여러 개의 작은 링크가 특수 와이어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와이어를 팽팽하게 당기면 링크가 맞물려 단단해지고, 장력을 풀면 바퀴가 외부 형태에 맞춰 변형된다. 장애물을 감싸며 접촉 면적을 넓혀 하중을 분산하는 원리다. 이용자의 조작 없이 바퀴가 상황에 맞춰 스스로 변형되도록 설계됐다.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기술 개발을 본격화해 2~3년간 실패를 거듭했다. 2023년 후반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2024년 개발을 완료했다. 반복적인 장력 조절로 피로도가 높은 와이어는 재질과 구조를 바꿔가며 시험을 거쳤고, 손상 시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전성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박 센터장은 "이용자가 불안감을 느끼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계단 주행이 가능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반복적인 안전성을 보장하는 신뢰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두 바퀴 구조인 휠체어의 균형은 정교한 제어 기술이 뒷받침한다. 여러 센서가 기울기와 노면 상태, 하중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제어시스템이 최적의 자세를 계산해 주행을 잡는다. 전원이 꺼지거나 타고 내릴 때는 보조바퀴가 자동으로 내려와 휠체어를 지탱한다.
활용 분야는 휠체어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소와 건설 현장, 플랜트, 물류창고처럼 바닥이 고르지 않은 산업 현장의 이동 로봇으로 쓰일 수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 투입 로봇의 이동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바퀴 개발을 넘어 모터와 구동기, 제어시스템, 배터리까지 하나의 이동 플랫폼을 구축한 성과로 평가된다. 상용 부품으로는 성능 구현이 어려워 필요한 기술 대부분을 연구진이 직접 개발했다.
박 센터장은 모핑 휠이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는 곳으로 바꾸는 기술"이 되기를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안전성과 완성도를 높여 누구나 안심하고 쓰는 이동수단으로 상용화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갈 수 없던 곳'의 경계가 어디까지 밀려날지, 다음 시연이 답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