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의 주식시장과 미래적금 사이, 소외된 청춘들의 6월
사상 최고치의 주가 지수, 그리고 6월의 그늘
달력이 1년의 정중앙인 6월의 끝자락을 가리키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 뉴스는 연일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대기업들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이 지면을 장식한다. 자산 시장의 유례없는 불장 앞에서 세상은 온통 부의 축제를 즐기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눈부신 숫자들의 축제 한가운데서 청년들의 한숨 소리는 도리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청년들의 시선을 붙잡은 또 다른 소식은 매월 최대 50만 원씩 납입하면 정부 지원금을 더해 목돈을 만들어주겠다는 고금리 정책 상품 ‘청년미래적금’의 출시였다.
치솟는 주가 지수와 미래를 저축하라는 국가의 달콤한 제안. 그러나 정작 같은 날 보도된 '청년 취업자 수 급감'이라는 고용시장의 차가운 현실은 이 두 풍경 사이에서 기묘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오늘의 씨앗이 없는 이들에게 자산 시장이란
주식 투자를 하든 연 최대 19.4%의 금리 효과를 주는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하든 자산 형성에는 반드시 하나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저축하고 투자할 '오늘의 소득' 즉 씨앗(시드머니)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 내부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업에 진입해 성과급을 주식과 적금에 나누어 담는 극소수의 청년들이 있는 반면 양질의 일자리가 가파르게 줄어들어 구직마저 포기한 채 '쉬었음'으로 분류된 수많은 청년이 존재한다.
소외된 청년들에게 매일 아침 오르는 주가 지수 그래프는 기회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의 다른 이름이다. 매달 50만 원의 적금을 붓는 일은 당장의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아득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 처방전이 이미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청년들에게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날개를 달아주지만, 노동시장 진입장벽 앞에서 분투하는 청년들에게는 닿을 듯 닿지 않는 아쉬운 이정표로 다가오기도 한다. 제도의 취지가 나빠서가 아니라 제도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다.
'도가니를 사리지 않고 울타리를 넘으라'는 주문의 무게
최근 인사청문회 일정을 마친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년들의 노래를 인용한 장면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생각거리를 남겼다. 그가 각오를 다지며 인용한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CORTIS)의 곡 ‘레드레드(REDRED)’ 속 가사, "신호등 바뀌었어 green green, 도가니 사리기 red red, 넘어가 울타리 green green"은 국민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하겠다는 공직자로서의 결연한 다짐이었다. 청년들을 다그치기 위함이 아닌 그들을 가로막은 장벽을 앞장서 넘어서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이었을 터다.
하지만 한 후보자의 선의와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 가사가 오늘날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의 귀에 닿을 때 느껴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릎(도가니)이 닳아 없어지도록 달리고 또 달려 기어코 눈앞의 높은 사회적 장벽(울타리)을 넘어서야만 간신히 낙오를 면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청년 세대가 마주한 처절한 서바이벌 공식이기 때문이다.

자산 형성이라는 '상부 구조'는 고용 시장의 안정이라는 '하부 구조' 없이는 결코 단단하게 지탱될 수 없다. 청년들이 자산 시장과 정책 적금에서 여전히 소외감을 느끼는 진짜 원인은 투자 감각이나 저축 투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신호등이 아예 '빨간불'로 고장 나 멈춰 서 있는 노동시장 한복판에서 달려 나갈 '트랙'조차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공직자 개인의 영웅적 결단에만 의존하는 것도 울타리 너머에 놓인 고금리 적금 통장만을 쥐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 통장에 채워 넣을 마중물이자 주식시장의 성장에 동참할 수 있는 '오늘의 건강한 일자리'를 복원하는 일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한 노동 시장 그리고 청년의 정당한 노동이 내일의 자산으로 정직하게 환원되는 신뢰의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의 땀방울이 비명 대신 성장의 기쁨으로 치환될 수 있다.
소외된 청춘들이 6월의 통장을 펼쳐 들 때
상반기가 끝나가는 6월의 끝자락 많은 청년이 모바일 뱅킹 앱의 잔고와 붉게 물든 주식 평가 금액을 바라보며 쓸쓸히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있을 것이다. 역대급 코스피 지수도 청년미래적금의 우대 금리 혜택도 자신에게는 딴 세상 얘기일 뿐이라는 그 소외감을 우리 사회는 따뜻하게 어루만져야 한다.
정부와 기성세대가 만들어가야 할 6월의 햇살은 자산의 잔고에 따라 누군가는 축제를 즐기고 누군가는 동굴로 숨어드는 세상을 비추어선 안 된다. 오늘 나의 소박한 땀방울이 내일의 든든한 밑천이 될 수 있다는 상식적인 믿음이 작동해야 한다. 청년들이 자산 시장에 당당하게 참여하고 미래를 기꺼이 저축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먼저 이들의 오늘을 지켜줄 일자리의 사다리를 든든하게 놓아주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