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커먼즈] ③ '청년이 운영하는 집'은 실재한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터무늬있는집
앞선 글(2편 청년이 직접 운영하는 집은 가능한가)에서 우리는 남양주 위스테이 별내와 해외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CLT)를 통해 "청년이 직접 운영하는 집"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상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러나 위스테이는 대규모 아파트 공동체였고, CLT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해외의 토지 제도였다. 이제 질문을 국내로, 그리고 청년 당사자의 규모로 좁혀 보자. 우리 사회에는 청년이 방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집의 운영과 결정 권한까지 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1편(청년 주거정책, 방은 있는데 '권한'이 없다)에서 제기한 구분을 다시 가져온다. '공동체 주택'은 함께 사는 공간을 묻고, '청년 커먼즈'는 그 공간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운영하는가를 묻는다. 이 글은 그 권한의 소재를 기준으로 두 사례를 검토한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터무늬있는집이다.
1.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 세입자가 곧 운영자가 될 때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의 출발점은 2011년 결성된 비영리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다. 청년 주거를 정책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더디게 받아들여지자, 회원들은 2014년 직접 협동조합을 세워 집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민쿱의 집은 한 가지 방식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어떤 집은 집주인과 장기 계약을 맺어 마련하고, 어떤 집은 오래 비어 있던 빈집을 고쳐 쓰며, 또 어떤 집은 공공이 내준 땅 위에 조합이 직접 건물을 올린다. 임대료는 대체로 주변 시세의 50~80% 수준이다.
여기까지는 '저렴한 청년주택'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커먼즈의 관점에서 결정적인 대목은 운영의 구조에 있다. 민쿱에서 입주 조합원은 거주자인 동시에 운영 주체다. 입주자들은 매달 자치회라는 의사결정기구를 열어 집의 운영을 스스로 결정한다. 계약서의 언어부터 다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의무를 가르는 통상적 계약과 달리, 민쿱의 규약은 입주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할지 ― 폭력과 차별을 어떻게 막고 갈등을 어떻게 함께 풀지 ― 를 적는다. 입주 전후로 갈등 해결 워크숍 같은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관리의 주체를 외부에 두지 않고 거주자 자신에게 둔다는 점에서, 이는 공간의 공유를 넘어 권한의 공유에 가깝다.
2021년 기준 민쿱은 달팽이집 17채에서 청년 230여 명이 거주하는 규모로 성장했고, 이후로도 공급을 이어 와 2025년 현재까지 서울·수도권 곳곳의 달팽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민쿱의 다수 주택은 임차·위탁·토지임대에 기반한다. 운영의 권한은 청년에게 있으나, 토지와 건물이라는 자산 자체를 청년 공동체가 항구적으로 소유하는 구조는 아직 부분적이다. 운영 커먼즈는 실현했으나 소유 커먼즈는 미완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 이 지점은 다음 편의 과제로 남겨 둔다.
2. 터무늬있는집 ― 수혜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터무늬있는집은 다른 경로에서 같은 질문에 닿는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운영된 이 시민 출자 기반 청년주택은, 비영리재단인 사회투자지원재단(터무늬제작소)이 시민들의 출자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고 그 집에 청년이 입주하는 구조였다. 시작은 한 사람의 경험이었다. 김홍일 신부가 2015년 자양동에서 청년들과 공동생활을 꾸린 일이 모델의 단초가 되었고, 이후 시민 출자 방식으로 확장됐다.
이 사례의 핵심은 입주 단위와 관계 설정에 있었다. 입주의 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팀이었다. 이미 지역에서 무언가를 함께 해 온 청년 모임을 통째로 받아들였고, 그들은 들어와서도 하나의 공동체로 살았다. 주택의 운영과 관리는 그 청년단체가 자치적으로 맡았다. 입주자 선정에서 소득·자산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심사와 등급은 청년 개개인에게 낙인을 남기기 쉬운데, 이 모델은 개인의 취약함이 아니라 공동체의 활동 계획을 보았다.
무엇보다 이 사례는 1편에서 비판했던 구도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이 모델은 스스로를 분명히 규정했다. 터무늬있는집의 소개 글에 따르면, 시민 출자자와 청년은 "기부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과제를 함께 푸는 동등한 협력자다.출자자는 약정 기간과 이자율을 선택해 출자하고 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돌려받았으며, 입주 청년은 보증금을 부담하는 대신 사용료와 공과금을 냈다. 초기 1호의 경우 1인당 월 부담은 약 10만 원 수준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처음부터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자산을 소유하는 주체는 시민 출자와 재단이었고, 청년은 운영과 자치를 맡았다. '권한'은 청년에게 이양되었으나 '소유'는 분리되어 있었던 셈이다. 터무늬있는집은 2018년 강북구 번동의 1호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모두 15호를 조성해, 17개 청년단체와 청년 80여 명에게 주거와 지역활동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주력 사업이던 빈집 활용 모델이 공공기관의 정책 변화로 2022년부터 신규 공급이 끊기면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했고, 운영 재단은 2025년 말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말은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운영의 자율은 청년에게 있었으되 토지와 자산의 소유가 바깥에 있었던 구조에서, 사업의 존속 자체가 끝내 외부의 자원과 정책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3. 두 모델이 말해 주는 것
운영은 넘겼으나, 소유는 남았다
두 모델은 출발도 구조도 달랐다. 민쿱은 청년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집을 지은 경우였고, 터무늬있는집은 시민의 출자를 청년의 자치로 이어 붙인 경우였다. 그럼에도 둘은 한 지점에서 만난다. 그 집의 운영을 정하는 권한이 공급자가 아니라 거주자에게 있었다는 점이다. 1편에서 '공동체 주택'과 '청년 커먼즈'를 가른 기준, 곧 공간이 아니라 권한이라는 기준은 이미 국내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한계 또한 닮아 있다. 운영의 권한은 청년에게 넘어갔으나, 토지와 건물의 소유는 여전히 바깥에 머물렀다. 터무늬있는집이 정책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사업을 접은 사실은 그 취약한 고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두 사례가 일러 주는 바는 분명하다. 청년 커먼즈는 외부에서 이식된 이론이 아니라 국내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실천이며, 그 가치의 무게중심은 저렴한 임대료가 아니라 결정권에 놓인다. 그렇다면 정책 지원의 초점 또한 이동해야 한다. 값싼 주거 공간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청년이 스스로 운영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하는 자치 구조, 그리고 그것을 지탱할 자산을 마련하는 일이다. 다음 편이 다룰 소유의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다.
권한이 바꾼 일상
권한이 청년에게 주어졌을 때, 그들의 일상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변화는 임대료 고지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났다. 민쿱의 입주자들은 매달 자치회에 모여, 냉장고 속 먹을거리를 둘러싼 다툼이나 야간 소음 같은 사소한 마찰까지 관리실에 넘기지 않고 당사자끼리 마주 앉아 해결한다. 불편을 신고하는 자리에서 이웃과 합의하는 자리로 옮겨 가는 것이다. 오랜 기간 달팽이집에 거주한 한 입주자는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 본 끝에, 공동주거가 외롭고 지친 청년에게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한다.

터무늬있는집에서는 그 변화가 세대를 가로질렀다. 출자자와 청년 사이에 오간 것은 보증금만이 아니었다. 마음이 힘든 청년이 출자자에게 상담을 받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청년이 조언을 구하는 일이 이어졌다. 집을 매개로 기성세대와 청년이 거래가 아닌 관계로 마주한 셈이다.
두 사례가 끝내 보여 준 것은 하나로 모인다. 청년에게 열쇠가 아니라 결정권을 건넬 때, 집은 비용을 치르는 공간이기를 멈추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자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나가며
청년이 직접 운영하는 집은 국내에도 있(었)다. 다만 그 집들은 운영의 권한까지는 청년에게 넘겨주었으되, 땅과 건물의 소유까지 청년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미완의 자리에서 어떤 집은 흔들렸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 그 '소유'의 문제를 다룬다. 토지임대부와 함께주택협동조합, 그리고 한국형 CLT의 가능성 ― 청년 커먼즈가 운영을 넘어 소유로 나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필자는 도시커먼즈와 커뮤니티케어를 연구하는 독립연구자로,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도시와 돌봄을 읽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1.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공식 사이트 — minsnailcoop.com
-시사IN, 「[사람IN] 사회주택 '달팽이집'을 아시나요?」(2021)
-이로운넷, 「사회주택, 어렵지 않아요! 집 구하는 청년이라면 찾아보세요」(2020)
-한겨레, 「주택협동조합 날갯짓, 주거복지의 미래 열리나」(2016)
-새동네연구소,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청년, 주택문제를 해결해나가다」, 브런치(2019)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 「집 없는 '민달팽이' 청년, 여기 주목!」 · 「착한 월세 달팽이집」
2.터무늬있는집
-터무늬있는집 공식 사이트 — themuni.co.kr
-사회투자지원재단, 「시민과 함께 만드는 청년의 든든한 비빌언덕, 터무늬있는집」(2024) · 「터무늬있는집 3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2021)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2025. 12.)
-한국일보, 「1인당 주거비 10만원… 청년주택 '터무늬 있는 집'」(2019)
-이로운넷, 「월 주거비 10만원? 터무니없는 소리가 현실이 되는 '터무늬있는집'」(2020)
-서울시50플러스,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을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