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서울청년센터 강북(청년사례연구소)

[청년커먼즈 ⑥] 커먼즈는 누가 다스리는가

김지윤 사례연구원
입력
청년주거와 커먼즈의 ‘결정할 권리’

이탈리아 볼로냐의 카르두치 광장. 인근 주민 몇이 광장 벤치를 직접 손보겠다며 시청을 찾았다. 부서마다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부서로 넘겼다. 시민이 공공 기물을 손보도록 허용할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지는 있었지만 근거가 없었다.

 

이 연재는 지난 다섯 편 동안 청년 주거의 여러 모델을 살폈다. 방은 있어도 권한은 없다는 문제 제기(1편)에서 출발해, 운영은 넘겨받았지만 소유는 넘겨받지 못한 집들(2·3편), 주거 안의 관계(4편), 거주자가 지분을 쌓는 구조(5편)를 차례로 다뤘다. 이번 편은 이 논의를 하나의 질문으로 묶는다. 커먼즈는 누가, 어떤 규칙으로 다스리는가.

 

오스트롬의 두 가지 원리

공유 자원은 사유화하거나 국가가 통제하지 않으면 황폐해진다. '공유지의 비극'으로 알려진 이 통념을 반박한 학자가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이다. 그녀는 1990년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스위스 목초지, 일본 산촌 공유림, 필리핀 관개 조합 등 수백 년간 유지된 공유 자원 사례를 분석해 여덟 가지 설계 원리를 도출했다.

 

그중 청년 주거에 곧바로 적용할 원리는 두 가지다. 첫째, 규칙의 영향을 받는 사람 대다수가 규칙 개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주민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 권리를 외부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규칙에도 층이 있다

오스트롬은 규칙을 한 겹으로 보지 않았다. 매일의 일을 정하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누가 어떻게 바꿀지 정하는 규칙이 따로 있다. 오래 유지된 공유지는 두 번째 층에도 이용자의 자리를 두었다.

 

이 틀로 보면 앞선 글들의 문제가 한 줄로 정리된다. 청년들은 청소 당번과 공용 공간을 함께 쓰는 법은 스스로 정했다. 그러나 대개 집의 존속을 좌우하는 규칙에는 손댈 수 없었다. 3편에서 본 집이 끝내 문을 닫은 것도 이 두 번째 층이 비어 있었던 결과로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층이 비면 일상의 부담은 가장 가까이 있는 소수에게 쏠린다. 개인의 헌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다.

 

행정의 역할은 절차를 여는 것

둘째 원리는 행정의 역할로 이어진다. 볼로냐시는 2014년 시민이 공공 공간을 직접 돌볼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시민과 시가 '협력 협약'을 맺으면 시는 도구와 빈 건물,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협약 내용은 사전에 공개된다. 시민의 자치를 선의에 맡기지 않고 규정으로 보장한 것이다. 행정이 두 번째 층의 문을 연 셈이다.

 

한국의 청년주택 정책은 여전히 공급 실적 중심이다. 몇 호를 공급했는지는 발표하지만, 입주한 청년이 운영 규칙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는지는 거의 묻지 않는다.

 

▲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AI로 제작된 이미지 입니다.

 

 

커먼즈는 선의가 아니라 제도다

2편의 공동체토지신탁과 5편의 리즈 라일락은 거주자가 몫과 의사결정권을 함께 갖는 구조였다. 3편의 청년들은 조합원으로, 입주 단체로 집의 운영을 맡았다. 그러나 그 자리가 곧바로 집의 몫이나 앞날을 정하는 권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스트롬이 분석한 공유지들에는 누가 규칙을 바꾸는지, 위반하면 어떻게 제재하는지, 분쟁은 어디서 해결하는지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외부 권력이 그 규칙을 인정했다. 볼로냐 주민들에게 필요했던 것도 벤치를 손볼 수 있는 근거였다. 지금 청년들이 사는 집에는 그 근거가 있는가.

 

 

[참고문헌]

  • Elinor Ostrom,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국역: 『공유의 비극을 넘어』, 윤홍근·안도경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 Simone D'Antonio, "How a regulation turned Bologna's civic pride into action," URBACT Blog, 2016.4.12.
  • Neal Gorenflo, "Bologna Celebrates One Year of a Bold Experiment in Urban Commoning," Shareable, 2015.6.8.

 

필자는 도시커먼즈와 통합돌봄정책을 연구하는 독립연구자로,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도시와 돌봄을 읽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김지윤 사례연구원
wwwkjy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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