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정도운 [성공의 해답을 찾다]

비전은 있어야 하되,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정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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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과 미션은 다르다 - 현실적인 비전이 조직을 움직인다

기획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 일을 계속하려는가. 앞선 회차에서 정리한 Why는 개별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비전은 그 Why가 조직과 브랜드 전체로 확장된 형태에 가깝다. 그래서 비전은 하나의 프로젝트 설명이 아니라 모든 기획이 되돌아갈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비전은 목표가 아니다. 실행 계획도 아니다. 비전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어떤 방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지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숫자나 일정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선택의 순간마다 "이게 우리다운가"를 판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비전은 아무리 그럴듯해도 기획에는 쓰이지 않는다.

▲ 본 이미지는 해당 내용을 시각화하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비전 문장들은 대개 너무 크다. "선도한다", "혁신한다", "세상을 바꾼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장들만으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비전이 조직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비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은 결국 BM과 연결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만들 것인지, 어떤 방식의 수익 구조를 받아들일 것인지, 어떤 시장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할 것인지. 비전이 분명한 조직은 BM이 바뀌어도 방향은 유지된다. 반대로 비전이 흐릿하면 BM을 수정할 때마다 조직의 성격도 함께 흔들린다.

 

CI 역시 마찬가지다. 로고나 컬러 이전에, 이 브랜드가 세상과 어떤 태도로 관계 맺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비전의 역할이다. 그래서 비전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보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기준을 드러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무엇은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가”, “어떤 방식의 성장은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비전은 문구로는 남지만 기획과 운영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비전이란 작은 비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명한 비전을 의미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 하지 않으며, 이 조직의 선택이 예측 가능해지는 상태. 그럴 때 비전은 회의실 벽에 붙은 문장이 아니라 기획과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비전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다만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기획이 흔들릴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야 다음 단계의 이야기, 즉 미션이 의미를 갖는다. 다음 글에서는 이 비전이 실제 조직 안에서 어떻게 실행으로 연결되는지, 미션은 왜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향해야 하는지를 이어서 정리해본다.

정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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