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장마와 청년 주거 잔혹사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 낭만과 공포의 경계
7월의 장마가 본격화되면 세상은 둘로 나뉜다. 누군가에게 아스팔트를 적시는 빗소리는 카페 창가에서 즐기는 운치 있는 여름의 풍경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서늘한 공포다.
빗물이 창문 턱까지 차오르지 않을까 역류하는 하수도관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걱정하며 밤새 양동이를 들고 서 있어야 하는 청년들이 있다. 7월의 거센 장마는 매년 우리 사회가 해결해주지 못 온 청년 주거의 가장 취약하고 차가운 민낯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폭등하는 집값, 홀로 상경한 청년들의 고단한 '서울살이'
오늘날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 현주소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는 익숙한 단어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지독하다. 최근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전세의 월세화'와 가파른 집값 상승은 사회 초년생 청년들을 한층 더 깊은 주거 외곽지대로 내몰았다. 서울 관내에서 볕이 들고 방수가 되는 지상층 원룸의 한 달 월세는 이미 청년들의 한 달 수입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홀로 상경한 청년들에게 이 도시의 문턱은 아득히 높기만 하다. 낯선 서울에서 보증금 몇백만 원, 월세 몇십만 원의 차이는 곧 '지상과 지하', '안전과 위험'을 가르는 경계선이 된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표가 붙은 거처란 결국 수해와 악취 곰팡이가 서식하는 안전의 최후방선 너머의 공간들뿐이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마다 반복되는 반지하 침수 사고와 옥탑방의 폭염 잔혹사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높은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어 떠밀려 들어간 유배지 같은 공간에서 연고도 없는 청년들은 매년 7월마다 외롭게 생존을 건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자원의 부족이 곧 위험의 감수로 이어지는 '안전의 불평등'이다.
주거는 상품이 아닌 기본 생명권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선이 지나치게 '부동산 시장의 논리'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정책은 대개 대출 지원이나 청약 기회 확대 같은 금융·자산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당장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야 하는 상경 청년들과 취약 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먼 미래의 내 집 마련 꿈이 아니다. 지금 내가 숨 쉬고 잠드는 공간이 수해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최소한의 생존 보장'이다.
안전은 돈의 액수로 구입하는 프리미엄 옵션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가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을 포함해 모든 청춘에게 보장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단단한 울타리여야 한다. 반지하 가구의 이주 지원을 실질화하고, 악성 임대 공간에 대한 위생·안전 기준을 강력히 법제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들의 '오늘'을 지켜줄 비 피할 지붕
7월의 장마는 언젠가 물러가고 다시 뜨거운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청년들의 주거 잔혹사는 계절이 바뀐다고해서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 거 같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는 경제적 자격에 따라 안전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세상이 아니다. 꿈을 품고 상경한 청년들이 폭우 속에서도 불안에 떨지 않고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거친 비바람을 막아줄 단단한 지붕을 더 내어주는 세상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