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서울청년센터 강북(청년사례연구소)

골목에 남기로 한 청년들

김광우 사례연구원
입력
협동조합

협동조합이라는 말은 한때 꽤 설렜다. 자본도 권력도 아닌 사람들이 그냥 모여서 뭔가를 함께 해보겠다는 발상 그리고 그 실험이 시작된 지도 꽤 흘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간판을 단 곳은 많아도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곳은 생각보다 적다. 만드는 건 쉬웠는데, 버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던 셈이다.


이 어려움은 동네로 내려갈수록 더 진해지며 강북은 특히 그런 것 같다. 번듯한 상권이 두텁게 깔린 곳도 아니고,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따라 자꾸 바깥으로 빠져나가는데 협동조합은 공동의 이익과 발전에 초점이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로 그 조건 속에서도 모인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 때, 이들은 '뭘 팔아서 돈을 벌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만들고 싶었던 건 그냥 모일 수 있는 공간, 동네에 남은 친구들끼리 고민을 나누고 음악이며 영상이며 같이 해볼 수 있는 일종의 아지트였고 사업은 그다음에 출발했다.


여기에 강북 사례의 묘한 특별함이 있는데 보통은 사업을 먼저 세우고 사람을 끌어모으는데, 이들은 순서를 거꾸로 뒤집고 사람이 먼저고, 일은 나중이었다.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같이 해보고 싶어서 모인 거였다. 멈춰 서는 조합이 그렇게 많은 현실에서 이 순서의 차이는 꽤 크다. 돈이 먼저인 조직은 돈이 끊기면 흩어지지만, 사람이 먼저인 조직은 일이 흔들려도 사람이 남는것 같다.

물론 낭만으로만 굴러가진 않는다. 결국은 자본이 곧 힘인 시장에 발을 들여야 하고, 그 벽 앞에서 이들도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도 강북 청년들이 보여주는 답은 분명하다. 청년을 동네에 붙잡는 건 일자리 공고 한 줄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자리와 옆에서 같이 버텨줄 사람이라는 것. 협동조합을 둘러싼 고민도 이제 '몇 개를 더 만드나'가 아니라 '이미 모인 사람들을 어떻게 안 흩어지게 하나'로 가야할지 질적인 성장을 위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AI를 통한 이미지 생성, 골목 청년들>
김광우 사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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