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일어날 수 있는 서울을 향해, 첫 걸음
지난 스터디에서 '청년의 전환기'를 주제로 토론하며 저는 한 가지 질문을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도전이 끝난 자리에서 청년에게는 무엇이 남는가라는 것입니다. 청년에게는 도전할 권리만큼이나,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닥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 믿음이 있어야만 청년은 비로소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도전을 응원하는 정책이란 결국 그 바닥을 만드는 일입니다.
전환기라는 이름의 공백
서울의 청년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업을 중단하거나, 혹은 오래 품어온 꿈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발달심리학자 아넷(Arnett)은 18세에서 29세를 '성인진입기(Emerging Adulthood)'로 정의하며, 이 시기가 정체성을 탐색하고 불안정 속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는 이 시기를 탐색의 시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취업도, 재학도 아닌 상태의 청년은 통계에서 지워지고, 지원 체계의 틈새로 미끄러집니다.
이 공백은 개인의 나태함이 아닙니다.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적 사각지대입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그 무게는 더욱 무겁습니다.
청년이 떠나는 서울, 왜인가
서울특별시의 청년 인구는 2016년 318만 명에서 2023년 286만 명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순유입 청년이 전국 최다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순유출이 이를 앞서고 있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서울을 떠나는 이유로 거주 환경을 꼽는 이들이 많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물리적 불편함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서울의 청년 1인 가구는 약 80만 명에 달합니다. 이 많은 청년들이 고시텔과 원룸에서 홀로 전환기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응원할 수 있다면
저는 서울시가 청년의 전환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연구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치구 단위의 '전환기 등록제'와 '전환소' 설치 가능성입니다. 이직과 이직 사이, 학업과 취업 사이, 창업 실패와 재기 사이 그 시간을 청년이 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치구가 함께 기록하고, 연결하고, 지지하는 모델입니다.
핀란드의 갭이어 관행이나 북유럽의 청년 전환 지원 체계처럼 실패를 낙오가 아닌 탐색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언어가 서울에도 필요합니다. 현재 시행 중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자치구청년네트워크, 주민예산참여제 등이 이 방향과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전환기 청년의 진입을 위한 구체적인 구조는 여전히 부재합니다.
청년의 삶에서, 청년의 사례에서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이론이 아닙니다. 서울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이 전환기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정책이 실제로 힘이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청년의 도전을 응원하는 정책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도시 어딘가에서 조용히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려는 청년의 이야기 속에 이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