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없는 8월의 졸업식: '무소속'이 된 청춘들의 불안
늦여름 텅 빈 교정과 학사모의 무게
2월의 교정이 봄을 기다리는 설렘과 꽃다발 그리고 축하객의 웃음으로 붐빈다면 8월 후기 학위수여식의 풍경은 고요하다 못해 쓸쓸하다. 학사모를 던지며 환호하는 모습은 드물고 학위복 대여 창구 앞은 한산하다. 많은 청년이 졸업식 참석 대신 텅 빈 학과 사무실에서 우편으로 학위증을 수령하거나 조용히 짐을 챙겨 학교를 빠져나간다.
8월의 코스모스 졸업식은 청년들에게 온전한 성취의 순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교문 밖으로 밀려나는 이들에게 8월의 학사모는 그들을 지켜주던 마지막 울타리가 걷히는 차가운 통보서에 가깝다.

등록금 내고 '학생' 신분 사는 사회, 무소속의 공포
대학가에서는 이미 '졸업유예'가 익숙한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다. 학점을 다 채우고도 일부러 졸업 요건 제출을 미루거나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내며 초과학기생 신분을 이어간다. 취업 시장에서 기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가 유리하다는 현실적 계산도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무소속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첫 대면에서 늘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묻는다. 학교든 직장이든 특정 조직의 명함을 갖지 못한 청년은 곧바로 나태하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의심받기 일쑤다.
학생증이라는 최소한의 신분증마저 반납하는 순간 청년들은 제도권 밖의 허허벌판에 홀로 서게 된다. 돈을 더 들여서라도 학생이라는 방패를 유지하려는 선택은 개인의 집착이 아니다. 소속이 없는 사람을 유령 취급하는 각박한 구조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이다.
이름표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사회적 완충지대
청년들의 삶을 지켜보며 마주하는 안타까운 지점은 우리 사회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사회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끊어진 시대임에도 그사이의 탐색기를 무의미한 낙오로 규정해 버린다.
졸업과 동시에 공공 지원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거나 제도적 단절을 겪지 않도록 사회적 완충지대를 넓혀야 한다. 왜 아직 소속을 찾지 못했느냐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무소속 상태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며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공공 거점과 청년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학사모를 벗는 청춘들에게
8월의 무더위 속에서 학사모를 벗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마주한 무소속의 시간은 뒤처짐의 증거가 아니다. 온전히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이행기일 뿐이다.
꽃다발 하나 없이 조용히 교정을 나서는 청춘들에게 이제는 우리 사회가 차가운 평가 대신 묵직한 응원을 건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