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왜 아직 혼자인지가 문제다

초기투자는 사업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이다. 초기 기업에는 확정된 것이 거의 없다. 제품은 바뀌고 있고 고객은 아직 적으며 매출은 몇 달 치뿐이다. 이 단계에서 유일하게 고정된 변수는 사람이고, 그래서 심사의 무게중심도 자연히 그쪽으로 옮겨 간다.
그런데 팀을 소개하는 자료는 대개 이력의 나열로 채워진다. 학교, 수상 경력, 대외활동, 이수한 교육과정이 순서대로 적힌다. 틀린 정보는 아니지만 판단의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 나열은 정보이고 판단에는 연결이 필요하다.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연결이 없으면 읽는 사람은 아무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심사역이 확인하는 것은 세 가지 연결이다. 첫째, 왜 이 사람이 이 문제를 붙들고 있는가. 개인의 경험과 사업의 문제가 이어지면 설득의 절반이 끝난다. 둘째, 누가 실제로 상근하는가. 다섯 명이 적혀 있어도 상근이 한 명이면 그 팀은 한 명이며, 이 사실은 미팅에서 대체로 드러난다.
셋째는 없는 역량을 알고 있는가다. 부족한 부분을 감추는 팀보다 채용 계획을 가진 팀이 낫게 읽힌다. 초기 기업에 빈자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심사역도 그것을 안다. 확인하려는 것은 빈자리가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 빈자리를 창업가가 인지하고 있는지다. 인지하지 못한 위험이 가장 큰 위험이다.
혼자 시작한 것 자체는 감점 요인이 아니다. 초기에는 혼자인 편이 의사결정이 빠르고 비용도 적다. 감점은 혼자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때 생긴다. 아직 사람을 붙일 단계가 아니어서 혼자인 것과,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혼자인 것은 전혀 다른 상태다. 앞의 것은 판단이고 뒤의 것은 문제다.
그리고 지역에서 창업한 이들이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사람을 못 구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사실 세 가지 다른 상황을 뭉뚱그리고 있다. 지원자 자체가 없는 경우, 지원자는 있는데 제시할 조건이 없는 경우, 그리고 무엇을 맡길지 정하지 못한 경우다. 셋은 원인도 다르고 해법도 다르다.
대응 방법도 각각 다르다. 첫 번째는 채용 경로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보상 구조의 문제이며, 세 번째는 조직 설계의 문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세 가지가 같은 말로 표현되기 때문에 해결책도 같은 방향으로만 찾게 된다. 채용 공고를 더 많이 올리는 것으로는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풀리지 않는다.
특히 세 번째가 생각보다 흔하다. 할 일은 많은데 직무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채용은 시작될 수 없다. 무엇을 시킬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을 뽑으면 대개 여섯 달 안에 나간다. 이 경우 필요한 것은 채용 공고가 아니라 업무의 분해다. 하루의 일을 목록으로 적어 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급여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역에서의 채용이 어려운 더 큰 이유는 다음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회사에서 2년을 보내면 무엇이 되는지가 그려지지 않으면, 같은 조건이어도 사람은 선택지가 많은 쪽으로 간다. 급여를 조금 올리는 것보다 이 그림을 그리는 편이 효과가 큰 경우가 많다.
작은 조직일수록 이 설명이 중요하다. 규모로는 경쟁할 수 없으니 경험의 밀도로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2년을 보내면 무엇을 해 본 사람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조직은 사람을 구한다. 그 설명은 채용 공고를 쓰는 시점보다 훨씬 앞서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물론 조건이 전부는 아니다. 초기 기업의 채용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업가가 지역 안에서 어떤 관계를 쌓아 왔는지가 실제 채용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 지역 활동과 협회, 모임에서 만든 관계는 자료에 적히지 않지만 실제로는 자산에 가깝다.
이탈 위험이 있는 팀이라면 그 위험을 먼저 적는 편이 낫다. 감출수록 커지고 먼저 말할수록 관리 가능한 문제로 읽힌다. 핵심 인력이 겸직 중이라면 언제 전임으로 전환할 계획인지를 함께 적으면 된다. 위험을 적은 자료가 위험한 자료는 아니며, 오히려 위험이 하나도 없는 자료가 더 의심을 받는다.
기관 프로그램에서도 이 부분이 자주 빠진다. 사업 아이템과 시장 분석을 다루는 시간은 길고,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무엇을 맡길지를 다루는 시간은 짧다. 그런데 초기 기업이 실제로 무너지는 지점은 아이템보다 사람 쪽인 경우가 훨씬 많다. 프로그램의 시간 배분과 현장의 위험 분포가 어긋나 있는 셈이다.
결국 심사역이 팀 소개에서 보려는 것은 누가 모였는가가 아니다. 왜 이 조합이어야 하는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려면 지금 없는 것까지 함께 설명해야 한다. 혼자라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왜 아직 혼자인지를 설명하지 못할 때가 문제다.
이태범 심바벤처스 대표이사·한국청년경제인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