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서울청년센터 강북(청년사례연구소)

찬란한 5월, 청년들이 관계의 문을 잠그는 이유

김영 사례연구원
입력
청년 문제는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조밀한 관계의 계절 5월

 

5월은 온통 '관계'를 축하하는 계절이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부부의 날까지 달력은 온통 가족과 이웃의 끈을 확인하는 기념일들로 빼곡하다. 거리마다 다정한 손을 잡은 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미디어는 '관계의 소중함'을 연신 속삭인다. 그러나 이토록 조밀한 관계의 축제 한가운데서 역설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계망의 전원을 끄고 방안으로 숨어드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고용 시장의 문턱에서 멈춰서있는 청년들이다.

 

'기능'으로만 평가받는 세상과 '관계의 휴업'

 

현대 사회에서 청년들이 맺는 관계는 대개 '기능적'이다. 대학 입시, 스펙 쌓기, 취업 준비로 이어지는 긴 터널 속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입증해야만 관계 안에서 자격을 얻는 법을 배웠다. 좋은 직장에 들어갔거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만 환대받는 경험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공백기의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느끼게 만든다.

 

특히 2030 청년의 방황은 사회적 낙오로 규정되기 십상이다. 이 시기의 청년들에게 관계는 더 이상 지지와 위로의 공간이 아닌 끊임없는 비교와 평가의 시험대로 변질된다. SNS를 가득 채운 동료들의 취업과 결혼 소식은 심리적 박탈감을 부추긴다. 결국 청년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최후의 방어기제로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관계의 휴업'을 선택한다. 이들의 '쉬었음'은 노동으로부터의 휴식이 아니라 관계로부터의 탈출인 셈이다.

 

조건 없는 '관계적 안전망'의 복원

 

우리 사회의 변화를 관찰하며 느끼는 것은 청년들을 향한 사회적 해법이 지나치게 '경제적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청년 일자리 지원책이나 금융 혜택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들이 방 문을 열고 나오게 하는 근본적인 열쇠는 다른 데 있다. 나의 쓸모나 성취와 상관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비기능적 관계적 안전망'의 복원이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더 노력해서 너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다그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대신 실패의 과정조차 삶의 소중한 서사로 인정해 주는 유연한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선행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고립의 동굴을 벗어나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올 용기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멈춤의 방에서 나와 다시 손을 맞잡기 위해

 

5월의 찬란한 햇살이 방안 구석까지 공평하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혹여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가족의 눈을 피하고, 친구의 연락을 피하며 자신만의 방에 숨어 있을 청년들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의 멈춤은 관계로부터의 영원한 이탈이 아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삶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잠시 호흡을 고르는 당연한 방어 작용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도 이와 닮은 장면이 있다. 부상 이후 방 안으로 숨어든 주인공 미지는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한다. 그때 할머니는 미지를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묻는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그리고 덧붙인다. “암만 모양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이 말은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필요한 위로처럼 들린다. 방 안에 머무는 청년의 멈춤은 삶을 포기한 결과가 아니라 더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임시 피난처일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5월은 정답을 맞힌 이들만 모여 축배를 드는 계절이 아니다. 조금 늦더라도 잠시 길을 잃었더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따뜻한 관계의 연대가 회복되는 계절이어야 한다. 우리 어른들과 사회가 먼저 그 넓고 단단한 '관계의 품'을 내어주어야 할 때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 『잘했다 참 잘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김영 사례연구원
vudghk8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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