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책의 총체적 방향성, 현장 전문가에게 묻다
지난 3회차의 칼럼을 통해 청년 정책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청년의 도전을 위해 서울시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청년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으로 무엇인지 필요한지 알아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간 수혜자의 입장에서 논했던 청년 정책을 공급자의 입장에서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공급자의 시선에서 청년 정책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방향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까.
청운의 꿈이 모이는 노량진
노량진은 오래도록 '도전의 거리'로 불려왔다. 새벽 첫차를 타고 강의실로 향하는 수험생, 컵밥집 앞에 늘어선 줄, 몇 년째 같은 고시원 방을 지키는 청년들. 그러나 그 거리에는 도전만큼이나 많은 '중단'과 '유예'의 시간도 함께 쌓여 있다.
서울 동작구는 그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자치구다. 동작구 청년청소년과에서 청년정책을 담당하는 A 주무관을 만나, 도전하는 청년과 잠시 멈춰 선 청년을 위한 행정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Q. 동작구 청년정책의 전반적인 얼개부터 소개해 주시죠.
A. 크게 네 축입니다. 일자리, 주거, 생활, 공간이에요.
일자리 쪽에서는 노량진청년일자리센터가 중심입니다. 구직·진로 상담부터 면접정장 대여, 이력서 사진 촬영, AI 화상면접 체험, 스터디룸 대관까지 취업 준비의 전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어학·자격증 응시료와 취득 축하금을 지원하는 '동작 청년 구직활동 지원사업', 관내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에게 2년에 걸쳐 근속장려금을 지급하는 '동작 청년내일근속지원'이 붙습니다.
주거는 청년·신혼부부 월세 지원과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이 양대 사업입니다. 월세는 월 최대 20만 원을 최장 10개월간, 전세 이자는 일시금으로 지원합니다. '동작형 청년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처럼 주거비 자체를 낮추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고요.
생활 영역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청년 식비 지원사업, 문화생활비 지원사업, 1인가구 무료 건강검진,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같은 것들이죠. 큰돈은 아니에요. 다만 "구가 나를 인지하고 있다"는 감각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청년 공간도 새로 생겼죠?
A. 네, 동작청년센터가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청년 전용 복합공간인데 저희는 이곳을 단순한 대관 시설이 아니라 정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어요. 노량진청년일자리센터와 연계한 취·창업 프로그램, 현직자 멘토링,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청년들의 자발적 모임에는 공간을 내어줍니다. 청년동아리 활동 지원사업으로 동아리당 최대 100만 원까지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창업 쪽에는 상도동 동작청년창업센터 가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입주사무실을 갖추고 예비창업자부터 창업 7년 이내 기업까지 받습니다. 코워킹은 월 3만 원이에요.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실제 점포를 6개월간 운영해보게 하는 '동작 청년카페'도 운영 중입니다.
Q. 공간과 지원 사업이 제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궁금한 바가 있습니다. 다들 도전을 장려하고 있는데 그럼 도전했다가 실패한 청년과, 실패 이후를 위한 정책은 무엇이 있나요?
A. 아직 실패한 청년들을 명시적으로 대상화하는 사업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정책은 청년도전지원사업입니다. 고용노동부 사업을 동작구가 노량진청년일자리센터를 통해 수행하고 있어요. 대상은 '구직단념청년'입니다.
Q. 구직단념청년이라는 표현이 무겁게 들립니다.
A. 행정 용어라 그렇게 들릴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흔한 상태예요. 최근 6개월간 취업이나 창업, 교육, 직업훈련 이력이 전혀 없고, 상담 문답표에서 30점 만점에 21점 이상이 나오면 해당됩니다. 만 18세에서 34세가 기본이고, 동작구는 조례에 근거한 '지역특화청년' 유형으로 39세까지 문을 열어 뒀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청소년복지시설 입·퇴소 청년, 북한이탈청년도 별도 유형으로 참여할 수 있고요.
Q.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A. 기간에 따라 단기 5주, 중기 15주, 장기 25주로 나뉩니다. 내용은 밀착상담과 사례관리에서 출발해 자신감 회복, 진로탐색, 취업역량 강화로 이어져요. 중·장기 과정에는 외부 연계활동과 프로젝트 기반 자율활동이 추가됩니다.
수당도 지급됩니다. 단기는 이수 시 50만 원, 중기는 150만 원, 장기는 250만 원을 나눠 지급하고, 이수 인센티브 20만 원이 별도로 있습니다. 중기 과정을 마친 뒤 6개월 이내에 취업해서 3개월을 근속하면 취업 인센티브 50만 원이 추가됩니다.
Q. 순서가 인상적입니다. 취업 역량이 아니라 '자신감 회복'이 앞에 있네요.
A. 그게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만나는 청년들 중 상당수는 능력이 부족해서 멈춘 게 아니에요. 공무원 시험을 5년 준비하다 그만둔 청년, 창업했다가 폐업한 청년, 첫 직장에서 크게 상처받고 나온 청년들이 옵니다. 이들에게 당장 자기소개서 첨삭을 해드리는 건 순서가 틀린 겁니다.
먼저 필요한 건 아침에 일어나 어딘가로 가야 할 이유,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5주짜리 단기 과정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겁니다. 25주는 엄두가 안 나지만 5주는 해볼 수 있는 상태가 분명히 있거든요.
Q.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A. 구체적인 사연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프로그램 마지막 회차 소감을 들어보면 "취업에 성공했다"보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났다"는 말이 훨씬 많이 나와요. 그게 재기의 실제 첫 단계라고 봅니다.
또 하나. 동작구는 도전의 앞단과 뒷단을 같은 건물에서 다루려고 해요. 취업 전략 캠프에서 합격 사례를 공유하는 부스 옆에, 구직을 잠시 멈춘 청년을 위한 청년도전지원사업 안내 부스를 함께 둡니다. 성공한 사람만 오는 자리가 아니라는 신호를 주고 싶었어요.
사회적 투자로서의 청년 정책
Q. 청년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결과 심사'에서 '과정 지원'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 청년 지원사업의 상당수는 심사를 통과해야 받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잘 쓰고, 성과를 증명해야 하죠. 그런데 이 구조에서는 이미 한 번 실패한 청년이 가장 불리해집니다. 실패 이력이 심사표에서 감점 요인처럼 작동하니까요. 재도전에 가산점을 주는 설계, 폐업 이력이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 실패 이후의 '공백기'를 제도가 인정해야 합니다.
행정 서류에서 공백기는 여전히 소명해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백기가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도전지원사업이 의미 있는 건, 그 공백기를 '이력 없음'이 아니라 '참여 이력'으로 바꿔준다는 점입니다. 5주든 25주든, 이력서에 쓸 수 있는 한 줄이 생기는 거예요. 앞으로의 청년정책은 이런 '중간 지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발굴 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게 이겁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청년일수록 공고를 보지 않아요. 지원사업 홈페이지에 들어와 신청 버튼을 누를 에너지가 남아 있는 청년은 이미 회복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동작청년센터를 만들고,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식비나 문화생활비처럼 문턱 낮은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벼운 접점으로 들어와서 필요할 때 깊은 지원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Q. 예산 대비 효율 논란도 있습니다.
A. 재기 지원사업은 단기 성과지표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취업률만 보면 설명이 안 되는 사업이에요. 하지만 한 명의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했을 때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생각하면, 이건 복지가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청년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원받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게 저희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성과예요.
Q. 마지막으로 지금 멈춰 있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지금은 장승배기로 구청 청사가 이전했지만 작년 가을까지 노량진에 구청 청사가 있었어요. 노량진에서 일하다 보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지 매일 느낍니다. 그런데 도전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고립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신다면, 그게 자격 요건이 되는 사업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에요. 신청 자격에 '최근 6개월간 아무 이력이 없을 것'이라고 쓰여 있는 사업이니까요.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일단 전화 한 통만 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