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커먼즈] ② 청년이 직접 운영하는 집은 가능한가
남양주 위스테이와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 (Community Land Trust)
지난 호(① 청년 주거정책, 방은 있는데 '권한'이 없다)에서 한 질문이 남았다.
“청년에게 방은 주었지만, 그 집을 함께 만들 권한이 주어졌는가.”
청년이 운영 주체로 참여하는 집은 이상론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작동하는 모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입주 전부터 설계와 운영에 주민이 참여하는 집은 실제로 존재한다. 국내에도, 해외에도 사례가 있다.
입주 전부터 함께 만든 아파트
경기도 남양주에는 위스테이 별내라는 아파트가 있다. 2020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491세대 규모의 단지로, 입주민은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을 기반으로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아파트처럼 보이지만, 만들어진 과정은 일반적인 임대주택과 다르다.
입주민은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위스테이 별내는 입주 전 약 1년 동안 조합원 교육, 워크숍, 총회 등을 거치며 커뮤니티 공간의 콘셉트와 운영 방식을 함께 논의했다. 그 결과 법정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2,777㎡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됐다. 관리사무소가 일방적으로 배정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논의하며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구조적으로도 일반 임대주택과 차이가 있다. 위스테이 별내는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입주자가 협동조합을 결성해 주택 공급과 운영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이다.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호에서 지적한 ‘수혜자에 머무는 구조’가 이곳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 주민은 단순한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공동체 운영의 주체로 참여한다.
방을 넘어 관계를 만드는 구조
이 방식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지 잘 갖춰진 공용 공간만이 아니다. 관계와 돌봄의 기반이다.
한 연구는 위스테이 별내에서 형성된 돌봄의 커먼즈가 육아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가족 간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했으며, 돌봄과 주거에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위스테이는 별내에 이어 고양 지축에도 두 번째 단지를 조성했다. 지축은 539세대 규모로 2022년 준공됐고, 이곳 역시 입주민이 커뮤니티 공간 설계 과정에 참여했다. 공간 운영 또한 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관계 단절과 돌봄 공백의 문제를, 집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풀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한계도 있다
좋은 사례라고 해서 한계를 가릴 필요는 없다. 위스테이 역시 분명한 제약을 안고 있다.
위스테이 별내는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시범사업으로 조성됐고, 최대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는 정부가 70%, 입주자가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이 30%의 지분을 가진 리츠가 형식상 운영 주체다. 입주민이 운영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는 마련됐지만, 8년 이후 주거의 지속성과 소유 구조는 여전히 제도적 과제로 남아 있다.
자치의 기반은 갖춰졌지만, 그 자치를 장기적으로 뒷받침할 토지와 소유의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셈이다.
또 한 가지, 위스테이는 수백 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새로 공급하는 모델이다. 보증금 마련도 쉽지 않은 청년 1인 가구가 곧바로 접근하기에는 현실적인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청년 커먼즈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작은 규모에서 시작할 수 있는 모델도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해외의 또 다른 사례가 단서를 제공한다.

땅은 공동체가, 집은 거주자가
미국과 유럽에는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Community Land Trust, CLT)라는 모델이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땅은 비영리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그 위의 주택은 거주자가 소유하거나 임차하는 방식이다.
땅값과 집값을 분리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를 통해 저소득·중간소득 가구의 주거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요소인 토지를 공동체 차원에서 관리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투기는 막고, 권한은 나눈다
지난 글에서 우려했던 의무임대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CLT는 하나의 제도적 대안을 제시한다. 소유와 양도를 규율하는 장치를 통해 주택을 장기적으로 저렴하게 유지하고, 재판매 가격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제한함으로써 시장의 투기적 변동으로부터 주택을 보호하려는 방식이다.
운영 구조 역시 주목할 만하다. CLT의 이사회는 흔히 거주자, 지역사회, 전문가가 각각 3분의 1씩 참여하는 삼자 거버넌스 구조로 설계된다. 거주자와 지역사회, 전문가가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청년이 공동 운영자로 참여하는 주거 모델을 상상할 때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론이 아니라 현실 — 브뤼셀의 사례
CLT 모델은 단순한 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집값이 두 배로 오른 주거 위기 속에서, 2012년 설립된 브뤼셀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CLTB)가 정부 측과 협력해 CLT 설립에 필요한 법·금융 틀을 마련했다. 지역 활동가들과 시민사회가 CLT 모델을 제안했고, 지역정부가 이를 지원하며 제도화했다. 브뤼셀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를 분리하고, 저렴한 주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시장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제도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모델이 그려주는 청년 커먼즈
두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청년 커먼즈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위스테이는 운영의 자치를 보여준다. 입주민이 공간 설계와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CLT는 소유의 안정을 보여준다. 토지를 공동체 차원에서 관리하고, 거주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구조다.
이 둘을 연결하면 하나의 방향이 보인다. 청년이 운영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그 참여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토지와 주거의 안정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집이다.
기존 주거 정책과의 이러한 차이는 중요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왔던 사람들에게 거버넌스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권한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청년 역시 주거 정책과 시장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권한이 제한된 집단이라는 점에서, 두 모델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청년에게 공동 운영자로서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커먼즈는 ‘저렴한 집’을 넘어선다.
필자는 도시커먼즈와 통합돌봄정책을 연구하는 독립연구자로,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도시와 돌봄을 읽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