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버지가 잡고 아들이 팝니다" 청진수산 하기철 대표의 진심 경영

[한국시민방송 = 노정호 기자] 모두가 잠든 새벽 5시, 경북 영덕 영해 만세시장은 이미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그 거친 파도와 소란스러움 속에서 유독 빛나는 눈빛을 가진 한 청년이 있다. 20대의 나이에 수산물 유통업에 뛰어들어, 이제는 영덕을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로 성장한 청진수산 하기철 대표다.
노란 플라스틱 박스에 가득 담긴 가자미를 나르는 그의 손은 투박했지만, 좋은 물건을 골라내는 기준만은 그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아버지가 목숨 걸고 잡은 고기입니다. 아들이 제대로 팔지 못하면 누가 그 가치를 알아주겠습니까." 아버지의 배 '청진호'에서 시작된 그의 진심 어린 도전기를 들어보았다.
Q. 20대라는 이른 나이에 수산업, 그것도 가장 거친 현장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배(청진호)를 타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기를 잡으시는데, 정작 그 귀한 생선들이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며 신선도는 떨어지고 가격만 비싸지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가 잡은 세상에서 제일 신선한 고기, 아들인 내가 직접 유통의 거품을 걷어내고 팔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장 판에 뛰어들었죠."

Q. '선주 직송' 시스템이 청진수산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들었다.
"맞습니다. 저희 유통 단계는 딱 3단계입니다. [아버지의 배 → 아들의 가게 → 고객 식탁].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으니 가격 거품이 빠지고, 무엇보다 '시간'을 법니다. 서울 횟집 수조에 며칠씩 갇혀 있던 고기와, 오늘 새벽 동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기의 맛이 어떻게 같겠습니까? 저희 가게 앞 노란 플라스틱 박스에 담긴 가자미들은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신선함'입니다."

Q. 젊은 사장이라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어린 놈이 생선을 알면 얼마나 알겠냐'며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죠. 그걸 이기는 방법은 '성실함'과 '정직'뿐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경매장에 개근하고, 물건 하나하나 제 눈으로 확인하며 깐깐하게 구니 손님들이 먼저 알아봐 주시더군요. 이제는 3호점까지 매장을 확장했고, KBS '6시 내고향', 채널A ‘소설가 전정희의 행복할지도’에 소개될 만큼 영덕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Q. 최근 온라인 판매와 밀키트 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직접 오시기 힘든 분들을 위해 택배를 시작했는데, '현지에서 먹던 그 맛'이라며 재주문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뼈를 제거한 순살 막회와 특제 비법 초장이 들어간 밀키트는 1인 가구와 캠핑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습니다. '내 가족이 먹지 못할 생선은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다 보니, 이제는 전국에 단골이 생겼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단순히 생선을 많이 파는 것을 넘어, 영덕 가자미를 세계에 알리는 K-씨푸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가공 공장 설비를 대폭 확대하고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생산 라인을 갖춰 수출 길을 여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따로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지역 사회와 함께 크는 것입니다. 설비가 확장되면 지역 내 장애인 분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여, 단순한 기부가 아닌 '일자리'를 통해 자립을 돕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고기 잡는 법'을 나누며 상생하는 기업, 그게 바로 청진수산이 꿈꾸는 미래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하기철 대표의 등 뒤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바다를 이어받아 세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그의 항해가 기대된다.
[청진수산 정보]
- 위치: 경북 영덕군 영해면 예주시장6길 8 (영해 만세시장 내)
- 문의: 010-5757-9361
- 주요사업: 수산물 도소매, 가공식품(밀키트) 제조, 식자재 납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