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서울청년센터 강북(청년사례연구소)

청년의 ‘쉬었음’은 무가치함과 싸우는 마음이다

김영 사례연구원
입력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비춘 청년 불안과 멈춤의 시대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청년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자신의 꿈을 향해 전력질주하지만 닿지 못하는 인물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조차 내면의 허기와 싸운다는 이 통찰은 역설적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불안'의 단어를 깊게 조명한다.

 

드라마 인물들이 마주하는 무가치감과 자기증명의 피로는 현재의 청년들이 왜 사회활동을 멈추게하고 사회참여를 유보시키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사회의 청년들이 겪는 불안의 대표적 양상인 쉬었음은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라 당당하게 말 할 수 없다. 그것은 노동시장 내 '효용성'만을 존재 가치의 척도로 삼는 사회에서 더 이상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낼 길이 없을 때 선택하는 일종의 '정지'에 가깝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정답이 정해진 레이스 위에서 등수와 연봉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도록 학습받았다.

 

이 일률적인 정답이 정해진 사회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경쟁의 밀도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서있기에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커진 것이다. SNS를 통해 쏟아지는 이름모를 타인의 성취는 나의 멈춤을 낙오로 낙인찍는다. 결국 청년들은 무가치함이라는 귀신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쉬었음'이라는 동굴 속으로 스스로를 유배시킨다.

 

 

불암산 산림치유센터 내 글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 꼭 화려한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대로 괜찮다라는 사회적 응원과 정서적 지지다. '쉬었음'을 나태함으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치 평가 시스템이 훨씬 오래전부터 오작동 되고 있음을 알리는 빨간불로 읽어내야 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각자의 무능함이 아니라 인간을 부품으로 취급하는 획일화된 가치 체계다.

 

드라마 제목이 던지는 묵직한 울림처럼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무가치함과 나름의 싸움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패배가 아니다. 우리 시대에서 공유되는 보편적인 아픔이다. '쉬었음'의 시간을 지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작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금의 멈춤은 무가치함의 증거라기보다 치열한 삶의 증거다.

 

각자가 자신의 시간 속에서 무언가와 싸우고 있다면 쉬었음청년은 그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필요한 질문은 언제까지 쉴 거냐는 질문보다도 무엇이 너를 멈추게 했는가’, ‘다시 시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청년의 불안을 이 사회가 포용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그 질문을 사회가 함께 감당하겠다는 뜻이어야 한다.

 

김영 사례연구원
vudghk8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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