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태범 [심사역의 눈]

창업 3년차, 지원이 끝나는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

이태범 칼럼니스트
입력
투자심사역이 바라본 청년·지역 창업의 현장

창업 지원은 사업을 만들어 주는 제도가 아니다. 시간을 사 주는 제도다. 매출이 나오기 전까지 버틸 시간, 제품을 고칠 시간, 첫 고객을 만들 시간을 산다. 그 시간에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지원이 끝나는 자리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창업의 실력이 처음으로 그대로 보이는 구간은 시작이 아니라 3년차 언저리다.

 

창업 지원은 단계별로 설계되어 있다. 예비 단계가 있고 초기 단계가 있고 도약 단계가 있다. 각 단계는 대체로 1년 단위이며 연속으로 선정되더라도 대부분 3년 안팎에서 끝난다. 지원이 끊기는 시점이 창업 3년차에 몰리는 구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해마다 초에 발표되는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를 보면 사업의 수는 꾸준히 늘어 왔다. 그런데 늘어난 것은 진입 단계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시작을 돕는 자리는 촘촘해졌는데, 지원이 끝난 뒤를 다루는 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창업은 쉬워졌는데 지속은 그만큼 쉬워지지 않은 셈이다.

 

3년차에 사라지는 것은 사업비만이 아니다. 무상이거나 저렴하게 쓰던 공간이 없어지고, 인건비 보조가 끝나며, 정기적으로 사업을 봐주던 담당자와 멘토가 사라진다. 함께 시작했던 동료가 이 시기에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씩 사라지면 대응할 수 있는데, 여러 개가 한꺼번에 사라진다는 것이 이 구간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 구간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매출이 없어서가 아니다. 매출이 있는데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그 매출이 지원 구조 안에서만 성립했기 때문이다. 지원기관이 연결해 준 판로, 지원 예산으로 집행된 홍보, 지원금으로 유지한 가격이 그 예다. 조건이 사라지면 숫자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3년차 기업의 자료를 볼 때는 매출의 총액보다 매출의 출처를 먼저 본다. 누가 자기 돈으로 샀는지, 그 거래가 지원사업과 무관하게 다시 일어났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총액은 같아도 출처가 다르면 전혀 다른 사업으로 읽힌다. 이 확인은 심사역만의 작업이 아니라 창업가가 먼저 해 두어야 할 작업이다.

 

지원을 잘 쓴 기업과 지원에 기댄 기업이 여기서 갈린다. 구분 기준은 지원금으로 무엇을 샀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남았는가다. 장비가 남은 것과 고객이 남은 것은 다르다. 실적 보고서가 남은 것과 다시 주문하는 거래처가 남은 것도 다르다. 남은 것의 종류가 다음 3년을 결정한다.

 

골목의 가게도 다르지 않다. 상권 지원사업과 시설 개선비, 홍보 지원이 들어왔다 나간 자리에 손님이 남았는지가 같은 질문이다. 지원 기간에 늘어난 방문객이 지원이 끝난 뒤에도 오는지가 성과의 실체다. 행사와 쿠폰으로 만든 방문은 대체로 그 기간에만 유지되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다음 지원을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3년차가 곧 위기인 것은 아니다. 이 시기에 오히려 안정되는 기업도 많다. 다만 그런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원 기간 중에 값을 치르는 고객을 만들었고, 지원과 무관한 판로를 하나라도 열어 뒀으며, 담당자 없이 굴러가는 업무를 정리해 뒀다. 세 가지 모두 지원이 끝나기 전에 이루어진 준비다.

 

반대로 위험이 커지는 신호도 뚜렷하다. 다음 지원사업 공고를 사업 계획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할 때다.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무엇이 공고에 맞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면, 사업의 방향이 예산의 방향을 따라간다. 이 상태가 두 해쯤 이어지면 사업의 정체성 자체가 흐려진다.

 

3년차를 준비하는 일은 3년차에 시작할 수 없다. 1년차에 결정된다. 지원 기간의 절반쯤에서 한 번 점검해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 지원이 끊기면 다음 달에 무엇이 남는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으면 준비는 이미 되어 있는 것이고, 답이 막히면 남은 기간의 목표가 그 자리에서 정해진다.

 

기관의 역할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선정과 집행까지만 관리하는 프로그램과, 종료 이후의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프로그램은 참여 기업에 남기는 것이 다르다. 성과 지표에 지원 종료 1년 뒤의 생존과 매출을 넣어 보면 프로그램의 설계 자체가 달라진다. 무엇을 세는지가 무엇을 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창업 3년차는 사업의 실력이 처음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구간이다. 그 전까지는 지원이라는 보조 장치가 함께 작동했기 때문에 무엇이 사업의 힘이고 무엇이 보조의 힘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지원이 끝나야 비로소 두 가지가 분리되고, 그때 남은 쪽이 그 사업의 실체다.

 

결국 좋은 지원은 많이 주는 지원이 아니다. 끝난 뒤에 무언가가 남는 지원이다. 그리고 무엇이 남을지는 지원을 받는 쪽이 처음부터 정해 두어야 한다. 그 시간에 무엇을 만들 것인지가, 어떤 지원사업에 선정되는가보다 먼저 결정되어야 할 질문이다.

 

이태범 심바벤처스 대표이사·한국청년경제인협회 회장  

이태범 칼럼니스트
ceo@simbav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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