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은 없다…지칭이 빗나가면 정책도 빗나간다
청년 정책은 대체로 명확한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취업자와 미취업자, 구직자와 비경제활동인구, 그리고 '쉬었음' 청년. 행정적으로는 효율적인 분류지만 한계가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하고 노동시장 진입 경로가 다변화된 현재, 청년은 더 이상 하나의 상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일과 준비, 학습과 생계를 동시에 병행하는 복합 상태가 일반화되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이름은 부재하다.

인터뷰 참여자 김성훈(29) 씨의 삶은 '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 상하차 노동, 소액 심부름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었다. "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면 '내가 뭘 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그의 말은 불안정한 단기 노동을 반복하는 청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노동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미래로 연결되지 않는다. 생계는 유지되지만 경력은 축적되지 않는 구조다. 이러한 상태를 단순 '쉬었음'로 분류하는 것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의 역동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결과다.
분류의 공백은 정책 설계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대상 집단의 상태가 단순화되면, 정책 개입 역시 평면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미취업 청년을 일괄적으로 지원 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그 내부에 존재하는 프리랜서와 단기 노동자, 전환기 구직자 등 다양한 층위의 요구는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의 정밀도를 흐리고 자원 배분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존재하지만, 정작 수혜가 절실한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부적절한 명명은 청년층 자기효능감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핵심 요구는 단순한 일자리 확보가 아니었다. 김 씨는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장기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더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책이 소득과 취업 여부라는 가시적 지표에 집중돼 개인이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느끼는 '존재의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김 씨는 인턴 제도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봤다. 인턴십은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길이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경쟁 구조로 작동한다. 그는 "주변을 보면 인턴을 해도 그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라 지원금 때문에 잠시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인턴십을 통해 효능감을 축적하기보다, 자신의 불확실성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인터뷰 과정 중 자연스레 등장한 표현이 '아마추어 청년'이다. 특정 이론에서 차용된 개념이 아니라, 현재의 모호한 상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어다. 아마추어의 어원인 '아마토르(Amator)'는 통상 보상이나 결과 이전에 어떤 일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아마추어는 미숙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완성된 '프로'의 직업 구조에 편입되기 전,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탐색하는 과정적 위치를 의미한다. 단일한 결과로 환원되지 않는 청년의 상태를 설명하려는 하나의 시도다.
청년은 멈춰 있지 않다. 다만 기존의 분류체계라는 성근 체에 걸리지 않을 뿐이다. "그냥 쉬었음"이라는 짧은 답 뒤에 숨겨진 설명하기 어려운 분투와 열망들을 촘촘히 포착해 낼 수 있는 정책적 시각이 필요하다.
▶ 팀 NS: 김지유, 남형주, 김지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