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커먼즈] ① 청년 주거정책, 방은 있는데 '권한'이 없다
정부가 청년 주거 대책을 발표했다.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6~2030)에는 공적 주택 40만 호 공급, 월세 지원 24개월 연장, AI 자가 진단 포털 고도화… 숫자도 많고 항목도 촘촘하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 혹시 당신도 드는가?
빠진 건 하나다. 청년이 그 집을 함께 만들 권한이 없다.
"공동체 주택"인데 왜 혼자인 느낌이 들까
서울 곳곳에 '청년 공동체 주택'이 생겼다. 공용 부엌이 있고, 커뮤니티실이 있고, 입주자 모임도 있다. 외관상 함께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상한 지점이 나온다.
공용 공간을 언제 어떻게 쓸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외부 주민에게 얼마나 개방할지 — 이러한 핵심 결정이 처음부터 입주 청년들의 총의를 거치는 구조는 드물다. 위탁 운영 기관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청년은 '참여할지 말지'만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공동체가 아니라, 잘 꾸민 임대 주택이다.
결정적으로, 청년은 이 집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규칙을 통보받는 사람이다. 입주 자격, 임대료, 거주 기간 — 행정이 관리하는 스펙들은 촘촘한데, 정작 "우리 집을 어떻게 운영할까요?"
라는 질문을 청년들이 직접 던질 구조는 설계에 들어가 있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 정책이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
청년정책이 청년을 '지원 대상자'로 보는 시각은 오래된 관성이다. 월세 지원, 금리 인하, 기숙사 공급. 이 모든 정책은 청년을 받는 사람으로 설정한다.
이번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공급 물량, 대출 한도, 보조금 규모가 핵심 언어다. '참여율', '프로그램 수', '만족도'가 성과 지표다. 반면 ‘입주자 자치’, ‘운영 의사결정 참여’,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은 주거 정책의 핵심 목표나 지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지금 청년들이 겪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방 한 칸의 부재만이 아니다. 관계의 단절, 돌봄의 공백, 동네와의 연결 끊김이다. 갑자기 아파도 연락할 사람이 없고,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옆집 사람 이름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규칙을 만들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집과 동네' 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커먼즈'라는 말이 낯설다면 — 이렇게 생각해 보자
'커먼즈(Commons)'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쓰고, 함께 돌보고, 함께 규칙을 정하는 공간과 자원을 말한다. 동네 텃밭을 함께 가꾸는 것, 마을 도서관 운영 회의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 그것이 커먼즈다.
청년 공동체 주택이 커먼즈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입주자 자치 구조가 제도 안에 있어야 한다. 입주자 대표 회의, 운영위원회 참여, 공간 사용 규칙 결정권 — 이것이 운영기관의 재량에 달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청년이 원하면 할 수 있어요"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렇게 운영됩니다"가 되어야 한다.
둘째, 집이 동네와 연결되어야 한다. 커뮤니티실이 입주자끼리만 쓰는 공간이 아니라, 동네 어르신의 소모임이 열리고, 청년 활동가가 스터디를 하고, 지역 주민과 자원을 나누는 거점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청년주택은 '게토'가 아니라 동네의 일부가 된다.
셋째, 이 모든 과정에 청년이 공동 운영자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처럼 행정이 설계하고 위탁기관이 운영하고 청년이 입주하는 3단계 구조에서, 청년이 설계와 운영 단계에 들어와야 한다. 협동조합주택 위스테이(WE:stay)나 해외의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 모델이 이미 작동해 온 것처럼, 이것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정책이 참고할 수 있는 현실의 실험 모델이다.

정책에 빠진 질문 — "청년은 이 집을 함께 만들 수 있나요?"
이번 기본계획 39~43페이지를 꼼꼼히 읽어보면, 청년 주거 관련 항목이 꽤 많다. 공급 확대, 금리 인하, 안전 계약 컨설팅, 이주비 지원, 맞춤형 정보 제공까지. 세부적으로 챙긴 흔적이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 질문은 없다:
"입주한 청년이 그 집과 동네의 공동 운영자가 될 수 있는가?"
월세 20만원 지원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24개월이 지나면? 저리 대출로 내 집을 살 수 없는 청년은? 공적 주택 40만 호의 대기 명단에도 없는 청년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 빈자리를, 서로 연결된 청년들이 함께 채워나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것이 공동체 주택이 커먼즈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신이 사는 집에서, 혹은 옆방 청년과, 혹은 같은 동네의 누군가와 — "우리 이 공간을 어떻게 쓸까?" 를 함께 결정해 본 적 있는가?
없다면, 그것이 설계의 문제다. 당신의 무관심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집은 방 한 칸이 아니다. 공동체는 규칙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청년 주거 정책이 진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면, 청년을 공간의 주인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간만 주고 권한은 없는 구조라면, 그것은 공동체 주택이 아니라 조금 저렴한 방일 뿐이다.
필자는 도시커먼즈와 돌봄통합정책을 연구하는 독립연구자로,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도시와 돌봄을 읽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