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기승전결을 설계하다
기획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대개 실행력 부족이 아니다. 기획이 끝까지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기획안에는 공통점이 있다. 도입은 그럴듯하고 문제 제기도 명확하다. 하지만 중간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논의', '검토'라는 말만 반복된다. 기획은 시작됐지만 끝나지 않은 상태다.
기획은 문서이기 이전에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기획에도 기승전결이 필요하다.
- 기(起): 왜 이 기획이 시작되었는가
- 승(承):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 전(轉): 선택과 판단은 무엇인가
- 결(結):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 흐름이 설계되지 않으면 기획은 중간에서 길을 잃는다.

대부분의 기획은 문제 제기(기)와 아이디어 나열(승)까지는 잘 진행된다. 하지만 전과 결이 약하다. '이 많은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기획이 끝났을 때 어떤 상태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실행은 계속 미뤄진다.
실행 가능한 기획의 공통점은 내용이 많아서가 아니라 흐름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왜 이 기획을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무엇을 선택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가. 이 흐름이 한 줄로 설명될 때 기획은 비로소 실행 단계로 넘어간다.
기획 초반에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이 기획은 어디에서 끝나는가.' 끝을 정하지 않으면 중간의 선택 기준도 세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획은 점점 커지고, 결정은 계속 미뤄진다. 기획의 결말은 완벽한 성공일 필요는 없다. 다만 실행 과정에서 판단 가능한 종료 지점은 있어야 한다.
기획의 기승전결을 설계한다는 것은 글을 잘 쓰는 문제가 아니다. 시작과 끝을 연결하고, 중간의 선택에 이유를 부여하며, 실행 가능한 결론을 만드는 일이다. 이 흐름이 잡히면 기획은 설명이 아니라 실행의 도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