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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진흥원

[칼럼] 오세훈 시정의 ‘미래’ 없는 미래청년기획관… 서울시가 청년의 180일을 사야 하는 이유

정도운 기자
입력

수년째 비영리 사단법인을 운영하며 지역과 청년을 잇는 현장에 서 있다. 그 현장에서 반복해서 확인하는 현실은 분명하다. 눈에 잘 보이는 하드웨어사업에는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예산이 비교적 쉽게 투입되지만, 사람을 연결하고 삶의 내면을 회복시키며 성장의 계기를 만드는 소프트웨어사업은 늘 후순위로 밀린다.

 

오세훈 시정의 청년정책은 이 모순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시는 스스로를 청년성장특별시라고 부르며 청년정책을 적극 홍보해 왔다. 그러나 그 화려한 수사 너머를 들여다보면, 정책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청년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미래청년기획관의 행정은 청년의 미래를 깊이 있게 기획하기보다, 얼마나 빠르게 취업이라는 결과로 연결했는지를 증명하는 데 더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청년정책은 삶을 설계하는 정책이 아니라, 실적을 관리하는 행정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은 삶의 주체가 아니라 취업 실적을 채워줄 관리 대상이자 통계 수치로 취급된다. 사람을 키우는 철학 없이 청년의 다층적인 가능성을 이력서 한 줄로 환원하는 행정, 이것이 지금 서울 청년정책의 가장 큰 한계다.

 

이 한계는 서울시 대표 청년정책인 청년수당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재 청년수당은 미래청년기획관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중위소득 150% 이하 미취업 청년에게 최대 6개월간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 제도는, 제도의 기본 구조만 놓고 보면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청년에게 삶을 재정비할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 시간을 서울시가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다. 많은 청년이 이 제도를 통해 진로를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 과정이 충분히 자율적이고 인간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의 운영 방식은 청년에게 여유를 주기보다 취업 압박과 경직된 증빙 요구를 먼저 들이민다. 영수증과 사용 내역으로 청년의 시간을 관리하고, 구직 의지를 끊임없이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은 청년을 지원하는 행정이라기보다 청년을 의심하는 행정에 가깝다. 삶의 방향을 천천히 모색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서둘러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라고 등을 떠미는 셈이다.

그래서 이제 청년수당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저는 그 전환의 이름을 <청년수당 2.0>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180이다.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180일의 시간을 온전히 보장하자는 제안이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청년수당의 초기 철학은 비교적 분명했다. 생계에 쫓겨 아무 일자리로 내몰리는 대신, 청년이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시간을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서울시가 청년의 시간을 사는 정책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철학의 복원이다. 그러나 단순한 복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청년수당을 취업 압박형 지원에서 벗어나 미래 설계형 소득보장 제도로 진화시켜야 한다. 청년수당 2.0은 낡은 감시의 6개월이 아니라, 청년이 다음 삶의 방향을 스스로 열어가는 정책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청년은 구직 프로그램에만 떠밀릴 것이 아니라, 일상을 회복하고 자신을 탐색하며,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뒤에는 취업이든, 창업이든, 재충전이든, 혹은 새로운 배움이든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서울시의 여러 자원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 (사단법인 청년문화진흥원) 심재학 이사장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 조례」의 정책 언어와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금처럼 취업 및 창업 촉진중심의 협소한 문구만으로는 청년의 현실을 담아낼 수 없다. 여기에 건강한 일상 회복’, ‘주도적인 미래 설계 활동 지원같은 내용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정책이 구직 중심 행정의 틀을 넘어, 삶 전체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둘째, 평가 기준을 구직 증빙 중심에서 정성적 일상 포트폴리오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을 영수증으로 감시하는 행정은 이제 멈춰야 한다. 대신 일상 포트폴리오 인증제를 도입해, 청년이 스스로 일상을 회복하고 건강을 돌보며, 프로젝트·커뮤니티·학습·관계망 형성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 자체를 자립의 경로로 인정해야 한다. 청년의 성장은 단지 입사지원 횟수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셋째, 이를 비용이 아니라 가장 현명한 선제적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누군가는 이런 지원을 두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번아웃과 고립,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청년이 장기적인 불안정 상태로 밀려나기 전에, 스스로 일상을 영위하고 삶의 근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만드는 길이다. 청년의 무너짐을 사후에 수습하는 것보다, 무너지기 전에 지탱해 주는 것이 훨씬 책임 있는 행정이다.

이제 청년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 오늘의 청년에게 필요한 새로운 ··는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는 나만의 자리, 실패를 딛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흔들릴 때 버틸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과 미래청년기획관이 더 이상 청년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청년정책의 출발점은 관리가 아니라 신뢰여야 한다. 청년이 스스로 180일의 시간을 통제하고 설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서울의 미래도 새롭게 설계될 수 있다. 이력서를 빨리 쓰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자기 삶의 미래를 제대로 쓰게 만드는 정책.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청년수당 2.0이다.

 
정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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