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계의 ‘사제 동행’, 손민수와 임윤찬, 두 대의 피아노로 만나는 예술적 교감
7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에서 두 대의 피아노로 환상적인 협연
손민수-임윤찬, 바바얀-트리포노프 등 베르비에 페스티벌 중심에 선 협연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그의 제자 임윤찬이 오는 7월, 서울에서 공식 듀오 리사이틀을 갖는다. 두 사람은 서울 무대 이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협연에 나선다. 세대를 잇는 음악적 교감과 깊이 있는 해석이 기대되는 공연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단조 Op.34b’,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Op.45’,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마지막 곡은 작곡가 이하느리가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했다.
공연은 7월 14일 롯데콘서트홀,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각각 열리며, 이후 두 연주자는 7월 16일부터 8월 3일까지 열리는 ‘2025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브람스와 슈트라우스 작품을 협연할 예정이다.

베르비에에서는 듀오 무대 외에도 각자의 독주회도 열린다. 손민수는 베토벤 후기 소나타 3곡을 연주하고, 임윤찬은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인다. 또한 손민수는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임윤찬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이번 협연은 단순한 무대 공유를 넘어, 최근 클래식계에서 부각되는 ‘사제 무대’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된다. 스승은 제자의 연주를 통해 자신의 교육 철학과 해석 방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제자는 그 바탕 위에서 독창적인 연주 언어를 확립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는 세르게이 바바얀과 제자인 다닐 트리포노프가 함께 참여해 독주와 협연 무대를 병행한다. 이들은 지난해 라흐마니노프 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녹음한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피아니스트 김도현 역시 바바얀에게 사사한 연주자로, 스승과의 해석적 유사성이 종종 언급된다. 손민수는 임윤찬과의 음악적 성향과 집중력에서 유사점을 발견한다고 밝혔고, 임윤찬 역시 연주 태도와 내면의 밀도를 손민수에게서 배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다수의 국제 콩쿠르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제자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통해 자신의 교육적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영국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는 명연주자 알프레트 브렌델에게 사사받은 뒤, 그 스타일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 해석으로 베토벤과 슈베르트 레퍼토리를 발전시켰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스승 프리드리히 굴다는 ‘제자의 독립성’을 위해 교육을 일찍 마친 사례로도 회자된다.
이처럼 사제 간의 협연은 단순한 실력 검증이 아닌, 연주 철학과 해석의 유산을 이어가는 예술적 교류로서 클래식 음악계에서 의미 있는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과 베르비에를 잇는 손민수와 임윤찬의 이번 무대는 그 상징적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