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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서 3년 만에 재개된 러-우 협상, 교착 속 ‘전략적 줄다리기’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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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서 3년 만에 재개된 러-우 협상, 교착 속 ‘전략적 줄다리기’만 계속

문나리 기자
입력
푸틴은 실무 대표단만 파견, 젤렌스키는 앙카라로... 평화협정 체결은 요원

  3년 만에 재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이 2025년 5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렸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 대표단을 파견하며 형식적 대응에 그쳤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참석할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뒤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스탄불 협상은 본질적으로 양측 간 실무 협상일 뿐, 정상 간 담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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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언론은 이번 회담이 ‘교착 상태 속 전략적 몸짓’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메딘스키를 다시 대표로 내세웠다”며, 2022년 결렬된 이스탄불 협상을 재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당시 협상안에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감축, 외국 군사 원조 중단, 주권 제한 등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러시아의 점령 영토가 당시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협정문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비협조적 태도 배경에 ‘소모전에서의 우위 확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16개월간 우크라이나 영토의 1%만 추가 점령했지만, 4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소모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지원 약화 속에서 장기전을 선택하며 ‘시간은 러시아의 편’이라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선이 붕괴되고 내부 엘리트들이 젤렌스키 하야를 요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의 앙카라행은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러시아’라는 외교적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WSJ는 “젤렌스키가 협상장 대신 앙카라에만 머문 것은 이번 회담이 2022년 이스탄불 협상의 연장선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은 영토 문제, 전후 안보 보장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WSJ는 “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의지는 없고,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보이기 위한 행동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태도 변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으나,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다. 최근에는 러시아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이란 핵, 미중 무역 등 복잡한 외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우선 정리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제17차 대러 제재를 단행하며 ‘그림자 선단’에 속한 유조선 약 200척을 제재 목록에 포함시켰고, 18차 제재도 논의 중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계속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나리 기자
theway_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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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스탄불협상#젤렌스키#푸틴#레드라인#트럼프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