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원]‘위기청소년’, 낙인보다 기회로 바라보자
우리 사회는 학업을 중단하거나 일탈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을 흔히 ‘비행 청소년’으로 단정 지어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 사용은 다시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부의「청소년 백서 2023」에 따르면, 법적으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를 ‘비행 청소년’으로, 가정 문제나 학업·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위기 청소년’으로 분류하여 두 용어를 구분한다.
이들 ‘위기 청소년’은 적절한 도움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는 ‘회복 가능성’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1. ‘문제아’가 아니라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
우리나라 「청소년 복지 지원법」은 위기청소년을 “가정 문제나 학업·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건강한 성장 기반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으로 정의한다.
교육·복지 현장에서는 가정불화, 빈곤, 학교 부적응 등 다양한 위험 요인에 노출된 청소년도 포괄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보고서 역시 “학교 부적응으로 인해 향후 사회 기여가 어려운 청소년”을 ‘위기청소년’으로 규정하며, 이는 단순한 ‘비행’이 아닌 환경적·심리적 복합 요인으로 인해 성장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학교를 중퇴하거나 일탈 행동을 보인 청소년을 ‘포기해도 될 아이’로 낙인찍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재비행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사회적 낙인’이 꼽혔다. 부모나 교사의 부정적 시선이 청소년의 자존감과 변화 의지를 꺾어 오히려 문제행동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2. 위기청소년, ‘잠재적 학습자’로 바라봐야
위기청소년을 ‘중단된 학습자’가 아닌 ‘잠재적 학습자’로 인식하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학업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이들의 학습 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은 약 14만 6천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학업을 중단한 이유로 “학교생활의 무의미”, “원하는 것을 배우지 못함” 등 비행과 무관한 사유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리·정신적 문제’를 호소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어른들이 흔히 ‘반항심’이라 치부하는 부분 뒤에, 사실은 교육 환경 부적응이나 개인적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위기청소년을 위한 지원체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20년 기준 12만여 명의 위기청소년이 상담·보호 등의 복지 서비스를 받았고, 일부는 ‘꿈드림’ 센터를 통해 검정고시에 합격해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했다.
이는 적절한 개입만 있으면 이들이 다시 학습자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3. 정책 보완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수
위기청소년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정책적 보완이 꼭 뒤따라야 한다.
첫째,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조기 발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위기에 빠진 뒤가 아니라, 위험 신호가 나타날 때 즉각 상담과 보호가 이뤄지도록 촘촘한 대응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기존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대안학교 확대, 직업교육 강화 등 다양한 학습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위기청소년 지원에 주력해왔다. 예컨대 핀란드는 국가 주도로 맞춤형 직업교육·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여 청소년의 70% 이상이 6개월 내 재학업이나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심리·정서 지원도 필수다.
위기청소년 중 다수가 불안·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기 때문에, 상담사·정신건강 전문가와의 협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이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미래 인재로 바라보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이 길을 잃은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4. 길을 잃은 청소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미래 세대
위기청소년은 잠시 방향을 잃었을 뿐, 새로운 기회를 만나면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과거에는 비행 청소년이나 학교 중퇴자를 ‘문제아’로 단정 짓고 외면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배울 수 있는 학습자’, ‘회복 가능한 미래 세대’라는 시각으로 돌아봐야 한다.
이런 관점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모두가 함께 지원에 나선다면, 위기청소년이 사회를 이끌어갈 든든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정책 지원은 행정의 몫이지만, 그 열매를 맺는 과정에는 학교, 지역사회, 기업,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낙인보다 기회를 주는 사회야말로 건강하고 공정한 공동체로 가는 길이다.
이제부터라도 위기청소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들이 한때 길을 잃었을 뿐, 얼마든지 다시 걸어갈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